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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07 [전라도 가는 길] 남부터미널 08:00
  2. 2008/02/25 친구들의 졸업을 축하하며 (2)
  3. 2008/02/13 처음처럼 (2)
  4. 2008/01/15 버스 안에서 (6)
  5. 2008/01/11 눈오는 날 교정에서 (2)



전라도 가는 길
20080704 08:00


남부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는 것이 몇 년만인지 모른다.

남부터미널이 주는
왠지 서울스럽지 않은 분위기는
이미 세련됨을 더한
반포의 고속버스 터미널이나
강변의 동서울 터미널과는
다른 향취를 흠뻑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이곳에도
언제 들어섰는지 모를
던킨 도너츠가 덩그러니 서있다.

깨끗한 정방형의 알파벳이 주는 세련됨과는 달리
터미널은 시린 오뎅국물 냄새가
습한 장마 여름의 공기와 함께 코 안으로 퍼져들어온다.

무슨 일일까? 상기된 얼굴의 사람들이 분주히 오간다.
까만 모자와 까만 건빵바지를 입은 사람들,
어깨는 남자처럼 넓은 여자 용역들은
부지런히 어디론가 짐을 내려놓는다.
그녀들 뒤에는 뒷짐을 진 검은 양복의 사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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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이 터진다.
높은 언성이 오간다.
어묵 국물이 흐른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떨어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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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가게에는
그 자리에 물건들이 붙박이되어 있었다는
황적색 흉터만을 내민 채
먼지만 뒹굴고 있을 뿐이다.

또 다른 한 가게에는
필시 가족으로 보이는 일단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그들이 셔터를 반으로 내리고 있음은,
과거의 삶을 지키겠다는 의지와
현재 닥쳐오는 개발에 대해
최대한의 이익을 확보하겠다는
욕망을 대변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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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터미널도
곧 서울의 다른 모던한 공간처럼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것이 보다 나은 편의를 제공할 수도 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기존의 가치를 항상
뒤엎을만한 것은 아니다.

가끔
한 사람의 이익은
다른 사람의 생존과 부딪히기도 한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것 하나는
생존과 이익은
등호로 연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아닌가? 그것마저 변했는가?


전라도로 가는 길.
시작이 어수선하다.

아침을 챙겨먹지 못한 미각과 후각은
예민할만큼 예민해져 있다.

그래서일까?

땅에 떨어져
먹지 못할 어묵이 풍기는 냄새는

단지
지독한 악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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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너무 그립다.
새파란 잉크 물에
아주 잠깐 담가두었다가
황급히 빼서
벽에 걸어놓은 듯한 바다색,

그리고 그 하늘을 보며 페달을 밟던 그 기억.

2006년 제주도, 바닷가

2006년 제주도, 바닷가



눈으로 자꾸 들어가는 따가운 빗줄기도
어두운 달그림자가 뒤덮어도

같은 시간의 기억을 함께 해왔다는 이유만으로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되어버린
지나간 유행가를 큰 소리로 부르며
힘차게 페달을 밟던 그 순간들.

항상 젓은 몸이었기에
주저하지 않고 뛰어들었던
그 바닷가.
비록 와이키키나 코코모의 설탕같이 고운 백사장은 아니었지만,
그 따가운 현무암을 밟으며 뛰놀았던 젊음이란.


1년하고도 6개월이 지나
녀석들의 졸업식을 보며,
언제 또 다시 우리가
그저 페달을 밟으며, 허벅지가 당기는 고통을 나누며
얼얼해진 괄약근과
잘 나오지 않는 소변을 힘주며

삼겹살 소주에
더 맛있는 안주란
지나가버린 사랑과 놓쳐버린 기회, 부끄럽게 실패했던 기억

훌훌 털어버리며
젊다는 웃음 한 잔으로
그 쓰디쓴 안주들을
목구멍 뒤로 넘길 수 있었던 그때를
우리는 다시 만들어 갈 수 있겠지?

이제 조금씩 세상의 맛을 알아가는 친구들에게...
졸업을 축하하며

기억하자.

2006년 여름, 제주도에서...

2006년 여름, 제주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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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의 내 자리 앞에는
판촉행사에서 받은 조그만 "처음처럼" 한 병이 놓여있다.
논문을 쓰는 동안,

항상 처음과 같은 마음이길 바라면서
나의 고민, 나의 문제의식, 그리고 나의 양심까지
처음 내가 먹은 그 마음 그대로
"처음처럼" 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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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 책을 살 것이 있었다.
집에서 광화문으로, 그리고 신촌으로 오는 길은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요즘 택하는 것은 교보빌딩에서 내려서
그 넓고도 넓은 세종로를 가로질러 건너와
'우드 앤 브릭'이라는 파스타집 앞에서 470번을 타는 것이다.

보통 전진하는 것을 당연스레 여기는 사람들에겐 종종 불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바로 최근 저상버스에 주로 설치되어 있는,
거꾸로 앉아서 가는 좌석 배치이다.
버스야 그렇다 치더라도,
KTX의 경우에는 거꾸로 가는 좌석은 가격도 싸다고 하고
의학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소문이 있다.

사실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내 느낌에도 뭔가 이상하고, 약간 매스꺼운 느낌과 함께 멀미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 부담스러운 것은 마주보고 앉아있는 사람과의 어색한 시선처리까지...

그렇지만
이런 것들을 조금 감내해낸다면,
일반 버스를 타는 평소에는 얻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거꾸로 진행하는 창밖으로
끊임없이 뒤로 흘러가버리는
풍경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껏 이러한 풍경에 대해 잘 몰랐는데,
앞에 앉은 여학생과의 눈맞춤이
못내 어색해 피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시선은
이렇게도 독특한 풍경을 그 보답으로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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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앞만 보면서 가다가
여유를 갖고 뒤를 돌아보는 것처럼

풍경이 뒤로 지나가는 모습을
쭈욱 지켜보면서 오다보면,
마치 일기를 쓰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빌딩,
가로수 나무,
버스표지판,
......

거대한 폭풍이 몰려와도
도무지 흔들릴 것 같지도 않게
깊이 뿌리박혀있을 것 같은
많은 것들이
뒤로뒤로
시간이라는 물결에 휩쓸려서 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면,
그것들은 분명히 거기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없는 것과도 같다.

나는 얼마나 많은 나무들을 심어왔을까?
나에게 항상 영원할 것처럼,
변하지 않을 것처럼,
마음을 굳게 다잡고
깊게 깊게 심어왔던 나의 미련들, 욕망들...
혹은 꿈들...
사람들에게 품었던 관심과 사랑들...

하지만 그것들은 점점 나에게서 떠나고
또 나는 앞을 보면서
새로운 나무들을 심어 나가겠지.
결국엔 나를 스쳐 뒤로 흘러갈 것이지만...

괜시리 코끝이 시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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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푹푹 날리는 함박눈이라니.

비가 오면 너무나도 당연스럽게 우산을 챙겨들지만,
눈이 오면 조금 다르다.
우산을 쓸 것인가. 아니면 모자를 눌러쓸 것인가.

우산을 택한다면,
나는 너무나도 늙어버린 것 같다.

모자를 택한다면,
뭐 적당히 눈을 맞는 낭만을 즐기면서도 손이 하나 더 편하다.

그렇지만,
오늘은 오후에 중요한 사람을 만날 약속도 있고...
머리가 눌리면 안되는데-_-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봐서
비니를 써주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아무래도 이런 함박눈은 좀 맞아줘야 겨울 같지 않겠어?
난 아직 오는 눈을 걱정할 수트를 입지도,
고정된 머리 스타일로 고객을 맞아야 할 필요로 하지도 않으니까.

별로 서정적이지 못한
나의 성격과 나의 삶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하얗게 쏟아지는 눈을 보면서,
그리고 나의 몸무게를 견뎌내면서 한껏 자신을 움추리는
눈을 밟다보면
자연스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백석의 시구가 아니 떠오를 수 없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시인가.
"푹푹"이라는 것은 의성어이자 의태어일 것이다.
눈이 꼬득꼬득 밟히는 소리와 푸욱 꺼지는 모습
그리고 눈이 쏟아지면서 포근포근 싸이는 그 소리와 모양까지 잡아내는 그 형용사라니...
그리고 "응앙응앙" 울다니.
이건 뭔지 몰라도
눈의 결정들이
밀가루처럼 틈없이 서로서로가 응축되기보다는
어느 정도 서로 타협을 하면서
거리를 두고 구슬과 구슬이 맞닿듯이
굴러가는 느낌을 표현하면서도,
나타샤라는 미지의 여인과의 살갗이 마주비벼대는 심상까지도
잘 잡아내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뭐 아무튼. 간만에 제대로 눈을 본다.

결국
오늘도 합동연구실을 지키고 있는 사학과 원생 학우들은
이 눈을 그냥 보낼 수 없어
뛰쳐나오고야 말았다.
오늘 아침에는 왠지 나의 세자르(나의 dslr Pentax K100d의 애칭)를 챙겨나오고 싶더라니...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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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찍자는 전화를 받자마자 전원 달려나온 5층 합동연구실 원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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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서양사 전공 학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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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한국사 전공 학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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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2층, 5층 합동연구실 연구원 일동~(아쉽게 동양사 전공이 한 명도 안보이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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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넌 사실 따뜻하다는 거, 난 잘알아..."      눈사람과 교감하는 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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