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가는 길
20080704 10:04

버스나 기차는
나에게 많은 기억을 허락한다.

어느 친구가 당한 슬픈 일을 위로하러 가는 고속버스에서 느꼈던
이름 모를 아저씨의 담배 노린내 자욱한 어깨의 불편함과

입대를 앞둔 친구 녀석의
모자를 푹 눌러쓴 옆모습을 보며,
나에게 남은 날짜를 헤아리던 손가락

언젠가 읽은 소설 하나에 감정이 복받쳐
베낭 하나 짊어지고,
작은 생수병 하나 들고 집어탄 버스 안에서
내내 내리던 빗방울을 차장 밖으로 마주하던 기억까지...

그리고 즐거웠던 학부시절의
답사버스가 이끌었던 유달산의 땀방울과
운주사의 신비함과
송광사의 아늑함

서울이 고향인 나의 추억은
대부분이 하행선이다.


푸르른 나무들이 이끄는
길고 긴 터널을 향해

끊임없이 줄어드는
기점을 계산하는 입간판이 잃어버린
숫자들을 안고

여행은 다시 한 번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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